두터운 가면들을 벗어둘 곳을 찾아 흘러온 나그네
by 카멜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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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노래

가사를 몰라도 부를 수 있던 노래
사람을 몰라도 손잡을 수 있던 날
두 손 가득한 빛의 함성에 목메어
목이 터져라 불러 댔던 무엇이
텅 빈 내일을 데려왔던 건 아니겠지
그 날 내 의식의 몫이었던 공간보다
터무니없이 넓어진 방 안에서
나는 이제는 알고 있는 노래를 부른다
그날과 마찬가지였다
블랙홀처럼 그곳의 모든 걸 흡수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던 시간처럼
앞사람의 노래가 고막에 주었던 진동만큼도
나는 나의 껍질을 흔들 수 없었다
채 부풀지 않은 비좁은 자신 밖으로
우리는 맞잡은 손을 통해 서로를
스산히 스치고만 있었던 것이다

by 카멜레온 | 2008/06/04 02:22 | 트랙백 | 덧글(0)
움직이다
" 어떻게, 하필이면 하고 많은 사람들을 놔두고 A야?
아니 애초에 그렇게 미워했고 그럴 이유도 충분한 사람을
어떻게 지금은 사랑한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지?
넌 혹시 사랑이 뭔지 아직도 제대로 모르는 거니? "

사랑이 무엇인지, 이제 나는 더 이상 심각하게 질문하지 않는다.
그것이 나에게 느껴지면 그 공명을 살펴 받아들이거나 튕겨낸다.
누군가의 날 향한 사랑을 느꼈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때로는 무척이나 하찮은 듯, 때로는 무엇보다도 심각한 듯이.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건 사랑이 내게 깃들여 있는 이상은
그만큼의 역할을 해내려고 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 해 보고 있다.
그것이나 연기이거나 혹은 연기로 보일지라도 어쩔 수 없는 거겠지만...

상대방을 향한 다른 생각이나 감정,
특히 사랑과는 별로 가깝지 않을 듯한 생각이나 느낌이 강하다고 해서
영영 그를 사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흐르고 서로가 변하기에 충분한 거리로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일을 반복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도, 변할 수도, 끝날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사람에 대해 사랑 혹은 그와 가까운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그와 나는 서로 그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공명이 맞지 않거나
혹은 어떤 관계의 중간 과정에서 둘의 시간이 멈춰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마지막 모습만을 기억한 채로 그 관계도 고정되어 버린 누군가는 결코 사랑할 수 없다.

어쨌든 사랑하고, 적어도 호감을 갖고 싶은 상대에게 언제나 신경쓰려고 노력하고
이 끈을 당기거나 느슨하게 놓아 둘 힘에 대한 감각을 남겨 두는 것도 그래서이다.
by 카멜레온 | 2008/05/16 21:12 | 심상의 움직임 | 트랙백 | 덧글(0)
그를 보내며.

마치 집착이란 게 처음부터 생기지 않았던 것처럼 있고 싶다.
먼저 좋아했었다면, 그 마음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기 전에
다시 잘 붙들어서 갈무리해 놓을 책임도 있는 거다.
그것이 지금, 내가 그를 대하는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것을 '함께' 바라보고 싶다는 조금은 더 부린 욕심을 떼어내는 것뿐이다.

그가 1년 후의 기약을 믿지 않는 만큼 나도 믿지 않는다.
단지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고, 상호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그 1년 후는 그저 1년 후로만 남겨 두면 된다.
시간이 치료하지 못할 상처도 아니다.

잘 살았으면 좋겠다. 아니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by 카멜레온 | 2008/04/30 21:13 | 심상의 움직임 | 트랙백 | 덧글(0)
있음으로도 충분한.

어떻게든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상관없다는 것과는 또 다르게,
슬프기는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마음은 아직 두근두근 뛰고 있어
아, 이제는 일어설 수 있겠구나.
간직하면서도 이 정도는 무리하지 않고 걸어갈 수 있구나.
그래서 조금은
부지런히 펜을 놀려 볼까 싶기도 했다.

지금 부족한 게 있다면 시간, 정도이고
그 역시도, 애태우지 않아도 될 만큼은...
할 수 있겠다. 라고
가만히 눈을 들어 바라보는 것이다.

당신이 밝게 빛나고 있을 때.

by 카멜레온 | 2008/04/07 01:10 | 심상의 움직임 | 트랙백 | 덧글(2)
봄바람
봄바람...
따뜻하고 보드라울수록
이 발이 닿은, 굳은 땅을 함몰시켜 버리기도 한다.
희망이란 어떤 불안정한 것을 품게 하기에
누군가를 흔들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
따뜻한 듯 차가운 듯
의식의 깊은 곳까지 어느 새 파고들어 있는
어떤, 불씨가 일어나는 때.

철길이 증발하다가 구부러지고
섣불리 햇살을 쪼이다 온몽에 소름이 돋고
그 어떤 섬세함으로도 맞춰주기 힘든
줄타기처럼 아슬아슬한 나날.

오히려 이럴 때엔
내가 감각이 죽어가는 게 아닐까 싶다.
흔들림에 익숙해져 버린 것도 그 반대와 마찬가지로
어떤 측면의 죽음이 아닐까. 하고.
by 카멜레온 | 2008/04/07 01:05 | 바라본 모습들 | 트랙백 | 덧글(0)
이젠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
목소리 하나하나가 의식에 콱콱 와서 박힌다.
숨이 막힐 것만 같은 이런 느낌,
진저리치며 받아들인다.

아, 그렇구나.
이번에도 꽤나 오래 아프겠군.

마음의 병든 곳으로 찾아들어와 넘치는 열병 같은 사랑.
by 카멜레온 | 2008/03/28 23:07 | 모호한 느낌들 | 트랙백 | 덧글(0)
신호를 감지하다.
어떤, 불길한 예감이 떠나지 않는다.
지금 내가 바라보아야 할 것은 내가 속한 현실인데
현실은 박제되었으되 인연은 아직도 생생하여
점점, 눈을 뗄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그저, 아직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불러본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눈과 귀보다 마음에서 먼저 죽어 버릴 것 같은
이미 어딘가에서 발을 잘못 들여놓은 것 같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내게 남겨진 무언가를 또 잃어버릴 것 같은.

지금 내가 무서워하고 있는 게 있다면 그런 것들.
금방이라도,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현실.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간신히 걸어가야 하는 오늘.

사랑이 무겁다 했었나.
정말 그래.
by 카멜레온 | 2008/03/12 00:28 | 모호한 느낌들 | 트랙백 | 덧글(0)
어느 순간 끝난, 사랑의 조각 하나.
결국은 스스로 먼저 손을 놓았다. 놓고 있다.
그는 내가 비겁하지 않다고 했다.
나는 내게 소중한 사람을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스스로에게 달아날 수 없는 사람이니까.

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는지,
무엇 때문에 그토록 괴로워했는지
이젠 그간 몰랐던 이상으로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미안, 그동안 애써 피해 와서.

너에게만은 내 모든 것을 어겨 왔었다.

사랑은,
이름이 생기는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또 한번.
이러다 보면 언젠간 서로를 가득하게 채우고 안아 줄 수 있는
그런 사랑 할 수 있을까.

그날 밤엔 정말 오랜만에
술을 마시지 않고도 눈물이 흐를 수 있었다.
이런 마음을 있게 해 준 그에게 고맙다.
봇물처럼 흘러내리는 마음이 한편으로는 슬프지만...
by 카멜레온 | 2008/02/28 23:37 | 심상의 움직임 | 트랙백 | 덧글(2)
일방통행을 위한 변명.
그것은 분명 놀랍다.
허나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
그저 멍하니 있지 않기 위해
시간을 채울 거리를 찾는 것일 뿐.
어쨌든 그렇게 하루를 살아가는 것일 뿐.
잠들지 못하는 밤도
피로까지 잊어버리려 기를 쓰는 것도,
얼마나 많은 것이 있고
얼마나 많은 것이, 나 자신을 통해
다른 것으로 변해 버리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것은 생각과는 다른 것이 되어 버릴 뿐.

손이 닿지 않는 곳,
연결된 것은 목소리와 언어뿐.
언어로 표정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사람의 체온이 지금 어떤 색깔을 띠고 있는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것만으로
지금 내게 있어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적어도, 혼자란 생각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자신의 작은 흔들림이
누구에게는 몰아치는 파도라는 것을
그저 자신과 '다르기' 때문에
때론 그렇게 커다란 오해로
기뻐하고 슬퍼하는 것을.

어쩌면 이미 알고 있음에도,
내가 알고 있듯이 다른 누군가도 알고 있음에도,
굳이 그걸 발견할 수 있도록 끝만 살짝 꺼내어두고
상대방이 발견해 버리도록 일부러 애쓰는 건
무엇 때문일까.
그것이 때론 자신의, 혹은 상대방의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도
알고 있음에도,

굳이 다들 때론 그것을 모른 척 함은 무슨 이유일까.

안으로는 숱한 질문과 대답들을 반복하면서,
그러나 바보같이 웃어 버리고 말며
또 한 번 속아 보자고 눈을 감고 뛰어들며
그것이 때론 너무도 행복하다 느끼는 거다.

그리고 그 전제는
어쨌든 다 '알고 있다'로 시작한다.
그리고 '알게 되겠지'로 끝을 맺는다.
실은 전해지지는 못했다는 사실에
슬프고 아프기도 하다가
모든 감정을 얼리고 반대로 한없이 차가워지기도 하다가

'알게 될 수도 있겠지.'

한번 미소짓고 털어 버리는 것으로
기약없는 일방통행을 멈춘다.
어떤 형태로든 상대방이 알아 버리게 된 후,
어쩌면 자신과 같은 마음을 겪게 될 것에 대해서
'아랑곳없다'고 생각하게 될 때,
비로소 '그다지 상관없는' 것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실은 끝까지 숨겼으면- 싶었던 건
끝내 끊지 못한 인연의 바램이었다.
자신의 상처를 생생하게 느낄수록
반복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그렇게 된다면
이번에야말로 그에게 영영 묶일 것 같은 느낌이
덩달아 생동하기 때문이다.

숱하게 내뱉었던 말과 글에도 불구
아무것도 상대방에게 전하지 못하고 돌아섬은
결국 무엇 하나 잊지도 못하게 되었다는 결론을 알린다.
끝내 일부나마 가지고 가겠다는 슬픈 욕심을 일으키며.

아무도 듣지도 보지도 않는 곳에서,
허공을 향해 외치고 싶다.
더 이상 무엇도 숨길 수 없을 때엔...

죽도록 사랑했다고.
죽도록 미워했다고.
그런데 이젠,
정말 아무 것도 없다고.
이제야
추억이란 이질적인 존재가
온전히 녹아들어 내 자신이 될 수 있었노라고.

내게서 나올지언정
그에게 들어가지 못하도록.
오직 작은 메아리만이,
그 시간에 대한 대답이 되기를.

그것으로, 격렬히 흐르는 순간순간이 서럽지 아니하기를.
by 카멜레온 | 2008/02/28 23:29 | 심상의 움직임 | 트랙백 | 덧글(0)
시간. 나의 시간.
나의 시간은 아직도 수시로 멈춘다.
뚝뚝 끊어지는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
그것마저 늘 바뀌면서 생기는
혼란스러움에 익숙해진 건 최근의 일이다.

그 와중에도 세상의 시간은 용서 없이 흐르고 있는데.

몇 가지 일에 갑자기 의미가 부여되었고,
그에 수반하여 몇 가지는 무의미해졌다.

이것도 언젠가는 변하겠지.
그 언젠가
나의 시간과 세상의 시간,
그 균열이 입을 쩍 벌리는 순간
난 나의 다음 조각을 향해 있는 힘껏 발돋움을 하겠지.

조금씩, 조금씩 이 시간을 닫자.
찢겨져 버리기 전
소중하게 품고 갈 수 있도록.
by 카멜레온 | 2008/01/14 22:02 | 모호한 느낌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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